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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언 | 2017-06-24 16:24:00 | ||
정문 쪽으로 바라본 초여름 날의 단상 | |||
하루에도 수천대의 차량들이 지나다니는 도서관 정문 쪽의 초여름 날 풍경이다. 도로 건너편으로 어렴풋이 눈에 잡히는 먼발치의 바다에는 조각배들이 유유히 떠다니고 도로 위에는 목포 방향을 향해 바쁘게 달려가는 흰색 승용차가 뒤태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바로 눈앞에는 자줏빛을 띤 한 무더기의 붉은색 꽃이 자꾸만 시선을 붙잡는다. 소나무 (송), 잎 (엽), 국화 (국)으로 송엽국(松葉菊)이라고 이름 붙여진 꽃인데 솔잎채송화라고도 불린다. 원산지는 남아프리카로 중심자목 석류풀과의 상록 여러해살이풀로서 주로 4~6월에 꽃이 핀다. 이 꽃의 특징이 한낮에는 활짝 피었다가 저녁에는 꽃잎이 살짝 오므라든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사실은 저네들끼리 하루 종일 펼치는 쑥덕공론이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하는 것이다. 하찮은 미물에 불과하지만 터좋은 정문 쪽 노른자 땅에 오손도손 자리 잡고 모여앉아서 사람들이 미처 생각지도 못하는 것을 쑥덕거린다고 상상을 하노라니 녀석들의 존재감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태양이 떠 있을 동안 꽃잎을 활짝 펼치고 두리번거리며 [누가 도서관을 다녀가는지? 또 어떤 책을 빌려 가는지? 그리고 연체한 양반은 누구인지?] 일일이 체크하며 점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무심하게 흘러가는 어느 초여름 날에 도서관 정문 언저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한 무더기의 꽃을 상대로 시답잖은 시비를 걸고 있자니 초여름 날의 긴 하루가 금방 다 지나간다. 다가오는 한여름도 무지하게 덥다는데 이젠 그만 꽃잎을 오므리시고 좀 쉬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굳이 발설하자면 [나태]와[태만]이라는 지극히 부담스러운 꽃말을 갖고 있는 존경하옵는 송엽국 꽃님들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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