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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언 | 2019-04-29 09:54:00 | ||
특별한 사연을 갖고서 도서관을 찾은 어르신 | |||
어림잡아 일흔 살 전후로 추정되는 어르신 한분이 찾아왔다. 어르신은 도서대출을 위한 회원 신청을 한 후 곧바로 진열대에서 책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책을 고르는 모양새를 지켜보노라니 이것 뺏다가 도로 집어넣고 또 저것 뺏다가 도로 집어넣고 갈등하는 모양새가 역력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다가가 먼저 말을 건넸더니 어르신은 흔쾌히 화답하며 남다른 사연을 들려주었다. 어르신의 지인이 어떤 소송에 휘말려 지금은 영어(囹圄)의 몸이란다. 조만간 재판이 또 있을 터인데 자칫하면 1년 6개월의 확정을 받아 감옥생활을 하게 될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재판 날짜를 앞두고서 잠시 교도소에 있는 동안 독서로 마음 수양을 하라고 도서대출 한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한 순간의 잘못으로 지금은 격리되어 있지만 독서를 통해서 뭔가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어르신은 지인의 수준과 성향을 감안하여 책을 선택하는데 다소 막막하다기에 몇 권의 책을 추천해 드렸다. 어르신과 그 지인이 어떤 관계이며 또 어떤 사건에 휘말렸는지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지인을 위한 어르신의 배려가 가슴 뭉클하게 다가왔다. 지금, 군립도서관 앞마당의 정원(뜰)에는 봄꽃의 향연이 한창이다. 다음 번에 대출받은 책을 반납하러 어르신이 다시 도서관을 찾을 때에는 따끈한 커피라도 한잔 대접하고 싶다. 축 처진 어깨로 엉기적엉기적 돌아가시는 어르신의 등 뒤로 책 향기를 듬북 머금은 눈부신 봄 햇살이 토닥토닥 다독이며 사부작 사부작 배웅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