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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2024-02-22 18:37:00
십여년 만에 고향에 갔다가
설날 구순이 되어가는 아버님이 고향선산을 걱정하신다.지난 초겨울에 선대의 산소를 찾아갔지만 10여년간 아무도 찾지않아 잡초와 잡목이 우거져 도무지 찾을 수가 없어 그냥 왔기 때문이다. 살아서도 불효 , 돌아가서도 불효라며 통곡하시는 모습이 여간 걱정되지 않았다. 장손이라는 죄로 설날 저녘에 혼자라도 벌초와 성묘할 생각으로 천리길을 밤새워 달렸다. 강건너고 바다건너 도착해서 보니 , 낙엽지고 잡초도 삭아져 있어 깍고, 자르고 치우고 하여 다행히 벌초와 성묘를 마칠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리고 그냥 서울로 갔으면 마음고생도 없었을 것이다.
고향마을에 가도 친인척도 없고 동무들도 선후배들도 다 떠나버려 아는 사람도 없으니 그냥 갈까하다가 한식경 가량 시간이 남은게 문제였다. 어린시절 천둥벌거숭이로 뛰어 놀던 시목리 해수욕장에 가기로 했다. 아주 어린시절 떠난후 수십년에 한번씩 들르곤했던 곳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부드럽게 밀려 오는 파도와 고운 모래는 여전했다.
텅빈 백사장에 혼자앉아 옛일을 생각하고 있는데 훼방꾼처럼 서너명의 사람이 두서너 무리가 오더니 그중에 두양반이 자신들은 ‘국립공원 관리공단’ 사람이라고 신분을 밝힌다.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국립공원에는 개를 데리고 오면 안된다’며 계고장을 발행해야 하니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를 말하란다.
‘아무도 없었고 강아지도 낯선 환경이 무서운지 옆에 쥐죽은 듯이 있는데 , 무슨 계고장인가 했더니 ‘ 벌금을 내거나 아무런 해가 없는 경고장이라고 한다’
아마도 어떤 ‘실적’이 필요했던 듯 하다.
‘안내판에 아무런 경고문도 없다’고 따지자
‘ 안내판에 있다’고 우긴다.
자세히 봤지만 그 어디에도 시목리 해수욕장에 강아지를 데리고 오면 안된다는 경고장은 없었다. 게다가 옆에 있는 사람은 아무런 양해도 없이 사진을 찍어 댄다. 본시 xx공단, xx공사 하는곳과 공무원은 국회의원들 만큼이나 신뢰가 가지 않는 집단이긴 하지만 ’국립공원 관리공단‘이라는 곳은 초상권에 관한 교육도 안시키나 싶었다. ’장난으로라도 뱜맞고 기분좋은 사람없듯이 정초부터 경고장 받고 유쾌한 사람이 어디있나?‘하고 쏘아 부치고는 부리나케 차를 몰고 시목리 해수욕장을 떠났지만 , 불쾌하고 찝찝한 기분은 지금 까지 남아 있다.
본향 사람인 나도 이러는데 타향사투리를 쓰거나 , 타지사람들은 오죽 할까 싶었다. 이러니 ‘노예섬’이니 ‘성폭행 섬’이니 하며 악의를 가진 사람이 많은 것 아닌가 ? 세계에는 입이 쩍 벌어지는 풍광과 축제가 많다. 신안군에서 어떤 행사한다고 악을 쓰며 오라고 하면 뭐하는가 ? 외지인에 대한 막연한 피해의식과 갑질로 철저히 외면 받는 행사와 장소가 다른 시군에도 여러곳 있다. 설날도 지나고 이제 신안군에서도 서서히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고 또 요란하게 행사개최를 알릴 것이다. 그러나 그전에 ‘사소한 말 한마디’,‘생각없이한 표정’ 때문에 얼마든지 사람의 기분과 행동을 바꿀수 있음을 군수님을 비롯한 모든 신안군민 여러분이 인지했으면 한다. 오랜만에 갔던 고향 , 다시 갈 용기와 욕구가 생길지 의문이다.